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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21.

    by. clarajournal

    목차

       

      생물학

       

      『킹콩』과 거대 생물체의 생리학 – 거대한 동물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세상에 이런 존재가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 『킹콩(King Kong)』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리는 질문입니다.

       

      1933년의 흑백 영화부터 피터 잭슨의 2005년 리메이크, 최근의 『콩: 스컬 아일랜드』까지 『킹콩』은 언제나 우리에게 '거대 생물체'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심을 자극해 왔습니다. 인간보다 수십 배 큰 고릴라, 그것도 뛰고 싸우고 포효하는 '킹콩'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존재일까요?

       

      이 글에서는 『킹콩』에 등장하는 초대형 고릴라의 생물학적 가능성을 해부해 봅니다. 생리학, 해부학, 물리학, 진화생물학의 시선으로 실제 자연계에서 '거대 생물'이 가능한지를 조명하며, 킹콩의 존재 여부를 과학적으로 탐색합니다.


      1. 킹콩의 스펙 – 도대체 얼마나 큰가?

      작품마다 킹콩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수치가 일반적입니다:

       

      • 1933년 오리지널: 약 7.3m (24피트)
      • 2005년 피터 잭슨 버전: 약 7.69.1m (2530피트)
      • 2017년 『콩: 스컬 아일랜드』: 약 31.7m (104피트)

       

      이런 고릴라형 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여러 생리적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단순히 몸집만 커진다고 해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 체중과 골격: 무게의 저주

      몸집이 커지면 체중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체중은 체적(부피)에 비례하므로 다음과 같은 법칙이 적용됩니다:

       

      • 체중 증가율: 길이의 세제곱 (L³)
      • 근육 및 뼈 강도 증가율: 단면적에 비례 → 길이의 제곱 (L²)

       

      즉, 몸이 커질수록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뼈와 근육의 강도는 선형적으로밖에 증가하지 않습니다.

       

      예시: 실제 고릴라와 비교

      • 일반 고릴라: 약 1.61.8m / 140200kg
      • 킹콩 (9m 추정): 체중 약 8~10톤 추정

       

      이 정도의 무게는 인간 골격의 단순 확대 모델로는 절대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두껍고 강한 뼈 구조, 강화된 근육 밀도, 변형된 보행 방식 등이 필요합니다.


      3. 대사율과 에너지 소비 – 거대한 몸이 먹는 양

      큰 동물일수록 신진대사율은 낮아집니다. 이 현상은 클레버의 법칙(Kleiber's Law)으로 설명됩니다:

      • 대사율은 체중의 ¾ 제곱에 비례 (Metabolic rate ∝ Mass^0.75)

       

      따라서 킹콩은 고릴라보다 대사율은 낮지만, 절대적인 에너지 요구량은 훨씬 큽니다. 하루 수백 킬로그램의 식량을 섭취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대우림 같은 한정된 자원 환경에서 이 정도의 식량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 생태계는 이 정도 에너지 소비를 지탱할 수 없음이 문제입니다.


      4. 순환계와 호흡계 – 심장은 얼마나 커야 할까?

      심장과 폐는 거대한 몸에서 산소와 영양소를 말단까지 공급하기 위해 더 강력해야 합니다.

       

      심장의 문제

      • 심장 크기: 체중의 0.5~1% 수준
      • 킹콩의 체중이 10톤이면, 심장은 50~100kg 수준이어야 함
      • 강한 심근, 두꺼운 벽, 높은 박출량 필요

       

      혈압과 순환

      • 거대한 몸체는 더 높은 혈압이 필요
      • 실제 기린도 머리까지 피를 보내기 위해 220mmHg 이상의 혈압이 필요함
      • 킹콩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압력을 요구, 혈관이 파열될 위험 증가

       

      호흡계

      • 산소 교환을 위해 더 많은 폐포 면적, 효율적인 환기 구조 필요
      • 운동량이 많을 경우, 산소 수요 폭증 → 비현실적 폐 용량이 요구됨

      5. 뇌와 지능 – 머리가 크면 똑똑할까?

      킹콩은 영화에서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 일반 고릴라의 뇌 크기: 약 500cc
      • 인간: 약 1,300cc
      • 킹콩: 체격이 커졌다면 뇌도 커졌을까?

       

      뇌의 크기 자체보다는 뇌 대 체중 비율(뇌량지수, Encephalization Quotient)이 중요합니다. 킹콩처럼 몸집이 커지면 뇌량지수는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지능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킹콩은 감정, 유대감, 도구 사용, 공격성 조절 등 고등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실적인 뇌구조로는 설명이 어렵고, 설정상 상당한 허용이 가미된 부분입니다.


      6. 실제 자연계의 거대 생물들 – 얼마나 클 수 있나?

      현실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들은 어떤 존재일까요?

       

      (1) 포유류: 흰수염고래 (Blue Whale)

      • 길이 30m 이상, 체중 180톤
      • 그러나 수중 생활이라 중력 부담이 적음

       

      (2) 육상 생물: 아르젠티노사우루스 (공룡)

      • 길이 30m, 체중 70~100톤 추정
      • 뼈 구조 특화, 목과 꼬리를 효율적으로 분산 배치

       

      (3) 조류: 코끼리새, 대왕조류

      • 멸종된 초대형 조류. 3m 이상의 키, 수백 kg의 체중
      • 무게의 한계로 비행은 불가능

       

      공통점

      • 서식지에 맞춘 구조 진화
      • 극한의 크기는 오직 일부 조건에서만 가능 (물속, 특정 생태계, 느린 움직임)

       

      따라서 킹콩 같은 생물은 생태학적, 구조적, 에너지적 한계를 동시에 뛰어넘어야 함.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움.


      7. 진화적 가능성 – 킹콩은 진화할 수 있었을까?

      가상의 진화 시나리오를 가정해봅시다:

      • 격리된 섬(스컬 아일랜드)에서 포식자가 없고, 식량이 풍부함
      • 점진적 거대화(Gigantism) 발생: 환경 압력에 의해 대형화된 종이 생존 우위
      • 뼈와 근육이 고도로 특화되고, 대사율이 느려짐

       

      이는 섬 거대화 현상(Island gigantism)과 유사합니다. 실제로 코모도왕도마뱀, 거대거북 등이 섬에서 진화했죠. 그러나 이들도 수백 kg 수준이지 수십 톤에는 도달하지 않습니다.

       

      킹콩이 진화로 등장하려면 다음 조건이 필요합니다:

      • 수백만 년의 시간
      • 특화된 생태계
      • 강한 자연 선택 압력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마치며: 킹콩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과학적 상상력은 유효하다

      정리하자면 킹콩은 생물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 골격 구조가 중량을 감당할 수 없음
      • 에너지 요구량이 생태계의 공급 한계를 초과
      • 순환계·호흡계의 구조적 한계
      • 뇌량지수 문제로 고등 행동 설명이 어려움

       

      그러나 킹콩이 제시하는 상상력, 진화 가능성, 생물학적 경계 탐색은 현대 과학에도 유의미한 자극이 됩니다. 킹콩은 존재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언제나 과학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 『스파이더맨』과 유전공학: 거미 인간은 가능한가?

      다음 편에서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더욱 정밀한 생물학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게 물려 유전자가 융합되고, 인간은 벽을 기어오르고, 거미줄을 손목에서 뽑아내며, 날아오는 펀치를 예지하는 경이로운 존재로 변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얼마나 가능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유전자 조작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생명윤리까지 아우르며, "거미 인간은 진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으로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