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스크린 속 생물학>>: 킹덤

clarajournal 2025. 5. 16. 11:02

생물학, 좀비

 

『킹덤』 속 좀비는 현실 가능할까? 생사초, 바이러스, 그리고 기생 생물의 생물학 분석

“그 병은 죽은 자를 살리고, 산 자를 물어뜯게 만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한국형 사극과 좀비라는 장르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조선 시대지만, 전염병처럼 퍼지는 괴질과 좀비의 존재는 SF와 호러의 문법을 따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판타지적 설정으로 끝나지 않고, 감염 경로, 바이러스의 작용 방식, 생리학적 증상 등을 꽤나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킹덤』 속 좀비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가능성을 다양한 생명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킹덤』의 좀비 병, 설정 요약

『킹덤』 속에서 좀비는 단순히 살아있는 시체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특징이 드러납니다.

  • 발병의 원인은 생사초라는 약초로 만든 약
  • 사람을 죽음에서 다시 움직이게 함
  • 감염자는 이성을 잃고 공격적으로 변함
  • 햇빛을 피하고 밤에 활동성이 강해짐
  • 감염자는 빠르게 죽은 후 되살아남
  • 뇌를 파괴해야만 완전히 사망함

이러한 설정은 허구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물학과 병리학에서 유사한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생사초는 현실에 존재할까? 신경계 작용 식물들

드라마 속 생사초는 죽은 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약초입니다. 식물이 죽은 생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일부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1) 델피니움 속 식물

델피니움은 강력한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으며, 근육 마비와 경련,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부활'의 효과는 없지만,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합니다.

 

(2) 스트로판투스

이 식물은 심장을 멈추게 하는 독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일부 심장약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생사초처럼 심장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3) 식물 기반 독소의 작용 메커니즘

이러한 독소들은 주로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을 차단하거나, 이온 채널을 차단하여 신경 신호를 마비시킵니다. 그러나 생사초처럼 죽은 생명체를 '움직이게 하는' 기능은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구현된 예는 없습니다.


3. 현실 속 '좀비 생물' – 기생 곰팡이와 바이러스의 실체

현실 생태계에서도 숙주를 조종하거나 죽은 뒤에도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1)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 (좀비 개미)

열대우림에 사는 곰팡이인 오피오코르디셉스는 개미의 뇌를 조작해 나뭇가지로 이동하게 만든 후, 거기서 죽게 합니다. 이후 개미의 시체를 기반으로 곰팡이는 자라나며 포자를 퍼뜨립니다. 이 곰팡이는 숙주를 완전히 조종하는 기생 생물로, 드라마 속 생사초의 작용 방식과 유사합니다.

 

(2) 광견병 바이러스 (Rabies)

광견병은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하여 동물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공격성을 증가시킵니다. 이는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으로, 숙주가 더 많은 대상을 무는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전파됩니다. 『킹덤』에서 좀비가 산 사람을 물어 감염시키는 양상은 광견병의 전파 방식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3) 톡소플라스마 곤디 (Toxoplasma gondii)

이 기생충은 설치류에 감염되면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 더 쉽게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도록 합니다. 인간에게도 감염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성격 변화나 정신 질환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기생 생물이 숙주의 행동을 조작하는 사례입니다.


4. 죽었지만 살아있는? 생리학적으로 가능한가

드라마 속 좀비는 일단 '사망'한 뒤 되살아나 움직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실제 생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1) 가사상태

저체온증이나 극한의 산소 결핍 상태에서는 심장 박동과 뇌파가 거의 측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죽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부 생명 활동은 유지되고 있어 회복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생사초가 이러한 대사 억제 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면, 드라마의 설정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2) 뇌 기능의 부분적 활성화

좀비는 감정, 기억, 언어는 없지만 공격성과 운동 능력은 유지합니다. 이는 뇌의 대뇌피질은 손상되었지만, 운동 피질이나 뇌간 일부가 작동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 중 일부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거나 특정 반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5. 햇빛을 피하는 이유: 환경 요인에 민감한 병원체

『킹덤』 속 좀비는 낮에는 활동하지 않고 밤에만 움직입니다. 시즌2에서는 이 현상이 단순한 햇빛이 아닌 온도와 관련된 것임이 밝혀집니다.

 

(1) 자외선에 민감한 병원체

많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류 병원체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DNA가 손상되어 생존력을 잃습니다. 생사초에서 유래한 병원체가 자외선에 약하다면, 좀비가 햇빛을 피하는 이유도 설명됩니다.

 

(2) 저온 활성화 병원체

일부 병원체는 온도에 따라 증식 속도와 활동성이 달라집니다. 드라마에서 기온이 낮아지면 좀비가 활발해지는 것은 이러한 병원체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6. 뇌를 파괴해야 죽는 이유: 뇌간과 생명유지 기능

좀비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머리를 자르거나 뇌를 파괴해야 합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타당한 설정입니다.

 

(1) 뇌간의 역할

호흡, 심장 박동, 기초 반사작용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은 뇌간에서 수행됩니다. 드라마 속 좀비가 뇌간을 보존한 상태라면, 단순한 반사 운동이나 공격성 유발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2) 자극 반응성과 지속적인 움직임

척수 반사만으로도 기본적인 움직임은 가능하지만, 좀비처럼 걷고 달리는 행동은 더 복잡한 신경 회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뇌 일부, 특히 운동 피질과 뇌간의 일부분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7. 현실에서 가능한 좀비 시나리오

『킹덤』 속 좀비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요? 물론 드라마는 허구지만, 여러 생물학적 요소를 결합하면 놀라울 만큼 유사한 현상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설정 현실 유사 사례
생사초로 인한 되살림 신경계 작용 식물, 보툴리누스 독소
감염자의 공격성 증가 광견병 바이러스
밤에만 활동 자외선 민감 병원체, 저온 활성 병원체
뇌를 파괴해야 완전한 사망 뇌간의 생명 유지 기능
죽은 뒤 움직임 가사상태, 뇌 손상 후 운동 피질만 활성

 


마치며: 『킹덤』은 생물학적 현실 위에 구축된 좀비물이다

『킹덤』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SF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생사초라는 허구의 장치를 매개로, 기생 생물, 바이러스, 신경과학 등 현실의 과학 지식을 적절히 결합함으로써, 드라마의 몰입감을 높이고 공포를 현실감 있게 끌어올렸습니다.

 

좀비가 단순히 허구의 존재가 아닌, 생물학적 조작과 병원체의 특성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도 부분적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킹덤』이 공포뿐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도 자극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생물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입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 『기생충』 속 기생 생물의 생물학

이제 조선시대를 떠나 현대 사회로 시선을 옮겨봅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그 자체로 사회 계층 구조에 대한 풍자이지만, 제목처럼 생물학적 '기생'이라는 개념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실제 자연계에는 숙주의 뇌를 조작하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기생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통해, 실제 기생 생물의 놀라운 전략과 그들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