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단식과 신체 반응

clarajournal 2025. 5. 10. 12:05

생물학, 단식

공복의 재발견: 단식은 우리 몸의 숨은 능력을 깨우는 시간

배고픔은 단지 결핍일까요?


우리는 흔히 단식을 ‘식사를 참는 고통’ 혹은 ‘체중 감량을 위한 고행’쯤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단식은 단순한 식사 제한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를 정비하고 회복하는 고유한 리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매 끼니 배부르게 먹는 삶’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는 공복 속에서 생존력을 키워왔고, 우리 몸은 그에 완벽히 적응한 유전자 코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식이 신체에 미치는 다양한 반응들을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진화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단식은 단지 먹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몸을 다시 세우는 시간입니다.


1. 단식의 시작, 몸속에서 일어나는 첫 변화들

단식이 시작되면 우리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으로 작동합니다. 이건 그냥 ‘배가 고프다’가 아니에요.

 

(1) 혈당과 인슐린 감소

초기에는 혈당이 내려가고 인슐린 분비가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 개선 → 당뇨 예방 및 대사 건강 개선에 도움됩니다.

 

(2) 지방 분해 & 케톤체 생성

포도당이 줄면,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합니다.
간에서는 케톤체(ketone bodies)가 만들어지고, 이게 뇌의 연료가 됩니다.

 

(3)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

손상된 세포와 노화된 기관들을 몸이 스스로 청소합니다.
마치 고장 난 부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정비소처럼요.

 

(4) 성장호르몬 증가

공복 시 오히려 성장호르몬이 증가해 근육 손실을 막고, 지방을 태우는 효율이 높아집니다.


 

2. 배고플수록 똑똑해진다? – 뇌와 단식의 숨은 연결

‘단식하면 머리가 안 돌아가’라는 생각, 사실은 진실과 다릅니다.
공복 상태의 뇌는 오히려 더 민감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죠.

 

(1) 케톤체의 뇌 에너지화

단식 중 생성된 케톤체는 뇌세포에 빠르게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활용됩니다.
이는 단순한 대체 에너지가 아니라,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2) BDNF의 증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는 뇌의 성장과 회복을 돕는 물질입니다.
단식은 이 BDNF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 기억력
  • 학습 능력
  • 신경세포 생존
  • 심지어 우울증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진화적 관점에서도 설명이 됩니다:
옛 인류는 공복 상태에서 사냥과 생존을 위한 집중력이 더 필요했기 때문에, 뇌는 배고픔을 ‘비상 활성 모드’로 해석하게 설계된 것입니다.


3. 면역계와 장내 미생물: 배고픔은 방어력을 키운다

단식은 단지 내장을 쉬게 하는 게 아닙니다.
면역력 회복과 장내 환경의 리셋이라는 측면에서 그 영향은 큽니다.

 

(1) 염증 감소

단식은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억제하고, 항염 반응을 촉진합니다.
관절염, 심혈관 질환, 피부 트러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줄기세포와 면역 재생

장기 단식(2~3일)은 면역 세포의 줄기세포 활성화를 촉진해 면역 시스템을 새로 구성합니다.
항암 치료 후 회복기에도 단식이 연구되고 있는 이유죠.

 

 

(3) 장내 미생물 변화

공복은 유익균의 다양성을 증가시켜 장-면역 축(Gut-Immune Axis)을 조절합니다.
이로써 면역 균형, 소화 개선, 염증 제어에 도움을 줍니다.


4. 장내 미생물의 리듬을 맞추다

우리가 먹지 않을 때, 장도 쉬고 재정비를 시작합니다.
특히, 장내 미생물 군집은 단식 동안 유익균 중심으로 재편성됩니다.

 

(1) 장내 생태계 변화

  •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증가
  • 염증성 균주 감소 → 장-면역축(Gut-Immune Axis) 안정화
  • 장벽 강화 →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예방

 

(2) 미생물도 ‘리듬’에 반응한다

  • 단식은 미생물의 서캐디언 리듬(24시간 생체시계)을 조절
  • 낮에는 소화, 밤에는 회복 → 소화기계의 회복 기회 제공

5. 단식을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

단식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모든 이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주의 대상 설명
임산부 & 수유부 영양소 결핍 위험
성장기 청소년 성장 저해 가능성
당뇨환자 저혈당 쇼크 위험
 

추천 단식 방식

방식 설명
16:8 하루 8시간 식사, 16시간 공복 / 가장 대중적
5:2 주 2일은 소량 섭취, 나머지는 평상식
OMAD 하루 한 끼 방식 / 고급 단계

마무리: 공복은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공복은 단지 ‘참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몸의 에너지가 다시 설계되고, 뇌가 연결을 강화하며, 면역과 장이 균형을 되찾는 시간입니다.

단식은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며, 현대인의 복잡한 생물학을 정돈해주는 리듬 조율자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해독을 넘어, 뇌와 삶의 방향까지 재정렬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 예고: “기억이란 무엇인가?” ― 뇌, 감정, 학습의 연결 고리

단식은 뇌의 연결을 재정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은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될까요?
왜 어떤 기억은 오래 남고, 어떤 건 잊혀지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기억의 생물학, 즉 뉴런, 시냅스, 해마, 감정과 기억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학습력과 감정 조절, 뇌 건강에 대한 인사이트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