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전기적 활동과 심장주기
“심장은 왜 스스로 뛸 수 있을까?”
우리가 무의식 중에도 심장은 쉬지 않고 박동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기적 신호가 심장 내부에서 자동으로 생성되고 전도되기 때문입니다. 심장은 마치 생체 배터리처럼 스스로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에 따라 혈액을 몸 구석구석으로 보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놀라운 심장의 전기 시스템과 심장주기의 정밀한 작동 과정을 기초 생리학적 이해와 임상적 시사점을 함께 다루며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심장의 전기 회로: 자동성과 전도계
(1) 자동성(Automaticity): 심장 스스로 뛰는 이유
심장근세포는 다른 근육과 달리 외부 자극 없이도 자발적으로 활동전위를 발생시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동방결절(SA node)입니다.
이곳은 전기 신호를 최초로 생성하는 장소이며, 흔히 ‘자연 심박 조율기’라 불립니다.
SA 노드가 박동의 시작점이라면, 나머지 심장은 이 리듬에 따라 협응적으로 수축하는 장기 오케스트라입니다.
(2) 심장의 전기 전도계 구성
구조 | 위치 및 기능 |
SA 노드 | 우심방 상단. 가장 빠른 속도로 탈분극하여 심장 리듬 결정 |
AV 노드 | 우심방-심실 경계. 신호를 일시 지연시켜 심방과 심실의 수축을 분리 |
히스다발 | AV 노드에서 시작해 심실 중격을 따라 내려감 |
좌우각 | 히스다발에서 좌우 심실로 나뉘는 가지 |
푸르킨예 섬유 | 심실 심근 전체로 신호를 빠르게 퍼뜨려 강력한 수축 유도 |
이 경로를 따라 정해진 순서와 속도로 신호가 전달되어야만, 심장은 정상적으로 혈액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2. 심장근세포의 활동전위: 전기신호의 다섯 단계
심장근세포(특히 심실 세포)의 전기적 신호는 다음 다섯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단계 | 설명 |
0단계: 탈분극 | Na⁺ 유입 → 막전위 급상승 → 심장 수축 시작 |
1단계: 초기 재분극 | K⁺ 소량 유출 + Na⁺ 채널 닫힘 |
2단계: 평형상태(plateau) | Ca²⁺ 유입 = K⁺ 유출 → 막전위 유지 → 수축 지속 |
3단계: 재분극 | Ca²⁺ 유입 종료, K⁺ 유출 증가 → 음전위 회복 |
4단계: 안정기 | Na⁺/K⁺ 펌프 활성화 → 평상시 전위 유지 |
이러한 활동전위는 단지 전기 흐름이 아니라 심장의 기계적 수축과 정밀하게 맞물리는 생리적 토대입니다.
3. 심전도(ECG): 전기신호를 ‘눈으로’ 보는 법
심장의 전기 활동은 피부 표면의 미세한 전위 차이로 측정됩니다.
그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바로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입니다.
파형 | 의미 |
P파 | 심방의 탈분극 (심방 수축 시작) |
QRS 복합체 | 심실 탈분극 + 심방 재분극 포함 |
T파 | 심실의 재분극 (수축 종료) |
🔍 ECG는 단순한 그래프가 아닙니다.
→ 심장 리듬, 전도 속도, 심근 손상 유무 등 실시간으로 심장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진단 도구입니다.
4. 심장주기(Cardiac Cycle): 수축과 이완의 교향곡
(1) 심장주기란?
하나의 심장 박동 동안 발생하는 전기적 → 기계적 → 혈류 변화를 포함한 전체 과정입니다.
평균적으로 0.8초 정도 걸리며, 수축기(systole)와 이완기(diastole)로 나뉩니다.
(2) 심장주기의 단계별 흐름
1) 심방수축기
- P파 직후
- 심방 → 심실로 혈액 이동 (심실에 혈액 채우기)
2) 등용적 수축기
- 심실 수축 시작, 모든 판막 닫힘
- 혈액 이동 없이 압력만 증가
3) 심실 수축기 (박출기)
- 압력이 대동맥/폐동맥 압력 초과 → 반월판 열림
- 혈액이 동맥으로 방출
4) 등용적 이완기
- 수축 종료 후 심실 이완 시작
- 모든 판막 닫힘 → 혈류 정지
5) 심실 충만기
- 방실판 열림 → 정맥 혈액이 심실로 유입
- 다음 심방 수축을 준비
5. 전기와 기계의 조율: 정확해야 생명이 유지된다
심장의 전기 신호는 기계적 수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전기-기계 연계(Electromechanical Coupling)라 부릅니다.
* 전기 신호가 늦거나 빨라지면?
이상 | 결과 |
SA 노드 이상 | 서맥, 부정맥, 심방세동 발생 |
AV 노드 전도차단 | 심실로 신호 전달 실패 → 심장정지 위험 |
푸르킨예섬유 이상 | 심실 불규칙 수축 → 심실빈맥 등 치명적 결과 |
6. 전기적 이상과 질병: 심장의 경고 신호들
질환 | 원인 및 전기적 특징 |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 SA 노드 이상 → 심방 무질서한 수축 |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 | 푸르킨예 섬유 이상 → 빠르고 위험한 심실 수축 |
심장블록(AV block) | AV 노드 전도 지연 또는 차단 |
심정지(Cardiac Arrest) | 전기적 활동 소실 → 즉각적 응급처치 필요 (AED 사용) |
이러한 질환은 대부분 전기적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며, 조기에 ECG 검사와 전기적 활동 분석이 중요합니다.
7. 핵심 요약
✅ 심장은 스스로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 전도한다.
✅ 심장의 수축은 전기적 활동에 의해 정확히 조율된다.
✅ 심전도는 심장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강력한 도구다.
✅ 전기적 이상은 다양한 부정맥과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전기-기계 연계가 정상이어야 혈액이 제대로 순환된다.
다음 이야기 예고 – "숨쉬는 순간, 생명이 유지된다"
우리는 매 순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저 ‘숨을 쉰다’는 표현 뒤에는
산소(O₂)와 이산화탄소(CO₂)의 정교한 교환 과정이 존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폐포에서 일어나는 가스 교환, 호흡률 조절 메커니즘,
그리고 왜 긴장을 하면 숨이 빨라지고, 고산지대에서는 호흡이 곤란해지는지까지…
호흡계의 생리학적 비밀을 차근차근 탐험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