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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2.

    by. clarajournal

    목차

      생물학, 뇌

       

      뇌는 어떻게 기억할까? — 생물학으로 풀어보는 기억의 메커니즘

      “그때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이런 말 한 번쯤 해본 적 있으시죠?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중 일부는 금세 잊히지만,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뇌에 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며, 필요할 때 꺼내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기억의 생물학적 원리를 중심으로, 기억이 형성되는 뇌의 구조, 신경세포 간 연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차이, 그리고 감정과 기억의 연관성,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까지 통합적으로 살펴봅니다.


      1. 기억의 정의와 생물학적 기본 개념

      기억(Memory)이란?

      기억은 단순한 저장고가 아닙니다. 기억은 경험을 인코딩(encoding),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하는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이는 신경세포의 활동, 화학물질의 변화, 구조적 재구성을 동반하는 복잡한 생리적 기능이죠.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기억은 뇌 속의 뉴런(신경세포) 간의 연결, 즉 시냅스를 통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 시냅스의 강도와 수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부르며, 기억의 핵심입니다.

      • 장기 강화(LTP, Long-Term Potentiation): 특정 시냅스가 반복적으로 자극되면 그 연결이 강해지고, 이는 장기기억 형성의 기초가 됩니다.
      • 장기 억제(LTD, Long-Term Depression): 반대로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는 약화되어 잊혀지는 원인이 됩니다.

      2. 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주요 부위

      (1) 해마(Hippocampus)

      •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뇌 부위
      • 특히 일화 기억(episodic memory)공간 기억을 담당
      • 수면 중 활동이 활발해지며 기억을 정리함

       

      (2) 측두엽(Temporal lobe)

      • 언어, 청각, 그리고 의미 기억(semantic memory) 저장과 관련
      • 좌측 측두엽은 언어와 관련된 기억에, 우측 측두엽은 얼굴이나 음악 같은 시각적 기억에 특화됨

       

      (3) 편도체(Amygdala)

      • 감정 기억의 핵심
      • 특히 공포, 분노, 쾌락 등 강한 감정과 연결된 기억을 강화함
      • 감정이 강하게 수반된 경험은 잘 잊히지 않는 이유

       

      (4)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 작업 기억(working memory), 계획, 판단에 관여
      • 복잡한 문제 해결 시 현재 정보를 유지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관련됨

      3. 기억의 유형: 단기 vs 장기

      기억은 단순히 “짧게 기억하는가, 오래 기억하는가”를 넘어, 어떻게 저장되고 인출되는가, 어떤 종류의 정보인가, 어떤 뇌 영역이 관여하는가에 따라 세분화됩니다.

       

      (1)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 감각기억에서 주의를 받은 정보가 넘어오는 단계
      • 지속 시간: 수초~수십 초
      • 용량 제한: 보통 7±2 항목까지 저장 가능 (예: 전화번호)

      (예: 누가 불러준 6자리 인증번호를 몇 초 동안 기억하는 것)

       

       

      (2) 작업기억(Working Memory)

      단기기억의 하위개념이지만 더 능동적이고 조작적인 기억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보관하는 게 아니라, 비교, 계산, 판단, 계획에 관여합니다. (예: 87 + 26을 머릿속으로 계산할 때)

       

      구성 요소(배들리의 모델, Baddeley Model):

      • 음운 루프 (Phonological loop): 말소리 기반 정보 유지
      • 시공간 스케치패드 (Visuo-spatial sketchpad): 시각·공간 정보 유지
      • 중앙집행기 (Central executive): 이 모든 걸 통합 조정

      * 관련 뇌 영역: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핵심

       

       

      (3) 장기기억(Long-Term Memory)

      장기기억은 크게 명시적(선언적)암묵적(비선언적)으로 나뉩니다.

       

       1) 명시적 기억 (Explicit / Declarative Memory):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

      • 일화 기억 (Episodic Memory)
        1.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건
        2. 예: 생일파티에서 불었던 케이크 촛불, 첫 여행지의 풍경
        3. 감정과 강하게 연결됨 (편도체 연계)
      • 의미 기억 (Semantic Memory)
        1. 사실, 개념, 언어적 지식
        2. 예: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사실,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
        3. 시간이 지나면 일화 기억에서 의미 기억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음

       

       2) 암묵적 기억 (Implicit / Non-declarative Memory): 의식적 회상 없이 작동하는 기억

      • 절차 기억 (Procedural Memory)
        1. 운동 능력, 습관 등
        2. 예: 자전거 타기, 수영, 타자 치기
        3. 뇌 손상 후에도 잘 보존되는 경우 많음 (예: 해마 손상 환자도 자전거는 탐)
      • 조건화된 기억 (Classical Conditioning)
        1.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이 자동화되는 것
        2. 예: 의사 앞에 서면 긴장되는 반사적 반응
      • 기타: 시차 적응, 프라이밍(Priming)

               이전 경험이 현재 판단에 무의식적으로 영향

       

      (4)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비교 정리

      항목 단기기억 장기기억
      지속 시간 수초 ~ 수분 수일 ~ 평생
      저장 용량 제한적 (7±2 항목) 사실상 무한
      인출 방식 즉시 가능 시간/자극에 따라
      뇌 부위 전두엽, 해마 해마, 측두엽, 피질, 소뇌 등
      작동 방식 의식적, 제한적 조작 자동적, 깊은 저장

      4. 감정과 기억: 뇌는 감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한다

      기억과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편도체는 해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감정적으로 강한 경험은 해마에서 더 강한 시냅스 강화를 유도합니다. 공포 상황에서 생긴 기억은 생존과 직결되므로 쉽게 잊히지 않음.

      슬픔이나 기쁨도 마찬가지로 강한 감정적 흔적을 남깁니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기억력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5.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방식

      (1) 기억의 인코딩(Encoding)

      외부 자극을 받아 뇌에 신호로 전환

      집중력과 관심도가 인코딩 품질에 영향을 줌

       

      (2) 기억의 저장(Storage)

      인코딩된 정보가 해마와 대뇌피질에 저장

      반복과 수면, 감정이 저장 효과를 결정

       

      (3) 기억의 인출(Retrieval)

      필요할 때 기억을 꺼내어 사용하는 과정

      ‘암기’와는 다르게, 연상 작용이나 환경 단서가 중요


      6. 기억력 향상을 위한 생물학적 방법

      (1) 반복 학습과 휴식

      시냅스 강화에는 시간차를 둔 반복이 효과적

      ‘분산 학습(Spaced learning)’이 ‘벼락치기’보다 기억 유지에 좋음

       

      (2) 충분한 수면

      수면 중 특히 렘(REM) 수면과 서파 수면에서 기억이 재정리됨

      수면 부족은 기억 저장과 인출 능력 모두를 저하시킴

       

      (3) 뇌에 좋은 영양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B군, 폴리페놀 등은 시냅스 기능을 지원

      케톤체(단식 중 생성)도 뇌 에너지로서 우수함

       

      (4) 운동

      유산소 운동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분비를 촉진

      신경세포 성장과 연결 형성에 도움

       

      (5) 스트레스 관리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 수축과 기억력 저하를 유발

      명상, 심호흡, 자연 노출 등이 효과적


      마치며: 기억은 뇌만의 일이 아니다, 세포도 기억한다

      우리는 흔히 ‘기억’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시험 공부, 추억, 혹은 어떤 장소나 사람을 떠올리는 능력처럼 뇌에서만 일어나는 작용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기억은 뇌를 넘어 우리 몸 전체의 세포와 시스템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면역계는 강력한 '기억 능력'을 지닌 시스템입니다. 한 번 침입했던 병원체를 기억하고, 다음엔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면역 기억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하지만 이 뛰어난 기억 능력이 때로는 불필요하거나 무해한 것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레르기의 본질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면역의 기억이 과잉 반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레르기 반응의 생물학적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뇌처럼 면역도 ‘기억’하며, 그 기억이 우리 몸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억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때로는 혼란의 씨앗이기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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